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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_재수학원 후기

일상이 늘 그렇듯/경험이 주는

by personni 2019. 11. 26.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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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수능 망치고 재수한 후기

 

재수를 결심하기까지

수능이 끝났다.

내 성적은 원하는 과, 학교도 못갈정도로 바닥을 쳤고

친구들은 숙대, 한양대, 외대.. 등 하나둘 합격했다. 너무 부러웠다.

그들이 느끼는 설렘이 너무 부러웠다.

 

엄마가 재수학원을 권유했다.

무서웠다. 권유도 권유지만 재수 비용은 대학등록금을 뛰어넘는다.

정말 최선을 다해 1년을 버텨, 이에 마땅한 성과를 내겠다는 각오가 필요했다

스스로에게 물어야할 질문들이 많았다. 수없이 되물었다.

 

그리고 

늦은 2월, 재수를 결심했다


강남 비상에듀 학원

강남에 있는 학원을 등록했다.

대한민국 교육 12년동안 스스로 공부해본적도, 할 자신도 없어서 한 선택이다

 

그래도 이 학원을 선택해서 후회하지 않는건

한 반에 30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

대형 재수학원은 70~80명이 부대껴앉아 보이지도 않는 칠판내용을 필기해야하는데

여긴 고등학교같은 교실에 인강선생님이 들어와 수업하는 느낌이었다

 

도시락은 드럽게 맛이 없었지만

츤데레처럼 칭찬할건 칭찬, 잘못한건 꼭 집어 혼내는 담임선생님

귀에 쏙쏙 박히게 개념을 설명해주는 과목선생님이

나를 직접적으로 케어해주셔서 멘탈을 잡고, 나의 가능성을 확인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됬다.


시간관리

경기도에서 강남까지는 약 1시간 걸린다

학원 등원시간은 7:30분까지이기에 적어도 6시~6시30분 사이에 버스를 타야한다

 

긴 곱슬머리에, 시력도 나쁘고, 피부도 나쁜 나였지만

아침에 머리감고, 렌즈끼고, 화장까지 하려면 5시 이전에 일어나야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밤에 감고, 렌즈 안끼고(수업시간에만 안경꼈어요), 화장따위 하지 않았다

'재수생에게 꾸밈은 사치다'라는 마음을 항상 품고 살았다

처음엔 괴로운데 뒤로 갈수록 그냥 이게 내 모습이 된다. 오히려 10분만에 끝나는 준비에 간편함을 느낀다

 

학원에 가서는 학원대로 스케줄을 이행한다

수업듣고, 점심먹고, 숙제하고, 부족한 과목을 공부한다.

자습시간에 뭘해야할지 모를 땐, 담임선생님을 찾아갔다. (이 또한 소수정예의 장점이다)

상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스터디플랜을 짜고 집가는 길에 책을 구매한다

'쟤는 저거 공부하니까 나도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자습하면 망한다.


멘탈관리

재수하는 내내 제일 힘들었다. 멘탈관리

 

내 감정도 요동치고, 친구 감정도 요동친다.

물결 잘못타면 그대로 바다에 휘말리는거다

 

특히, 사람모이는 곳에 언제나 소문이라는 양아치가 있기에

거기에 휩쓸리는 순간 전혀 공부와 관련없는 생각에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물론,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고, 고민을 나누는 것도 좋다

정말 고독한 재수살이에 큰 힘을 얻을 때도 많다

아직까지 재수플래너에 붙혀진 친구들의 포스트잇을 보면

그 친구들에게 무한한 고마움과 애틋함을 느낀다

 

사람이 무섭다고 하지만, 내가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면 무서울건 없다

위태로운 감정을 서로에게 기대면서, 구설수를 쳐낼 수 있도록 서로의 방패가 되어주면 된다

 

그리고,

술은 절대 먹지 않았다.

귀하고 소중한 내 1년이라는 시간을 한 톨도 빠짐없이 공부에 투자하고,

대학입학하여, 내 뿌듯한 성과를 만끽하며 미친듯이 술을 먹겠다는 각오였다

이는 내 멘탈을 단단히 하는 데 아주 큰 기여를 했다

 

또, 

집가는 길에 지나쳐야하는 강남, 친구들의 인스타그램은 나에게 지옥이었다

이건 정말 멘탈믹서기들이라 강남을 지나칠땐 눈을 질끈 감고, 인스타그램은 지워버렸다.


재수생활 청산

3월 모의고사 치고 '아직 시간 있으니까 괜찮아'

6월 모의고사 치고 '내 인생 개 X망했어 XX'

9월 모의고사 치고 '대학갈 수 있다! 아직 살아날 구멍이 있다'

수능 성적 발표날...'XX'

 

6월에 내 인생 최악의 성적을 받고(지방대학교도 못갈,,)

9월에 내 인생 최고의 성적을 받았다(인서울)

그리고 수능날 이 둘이 적절히 섞인 성적을 받았다 :) 

 

담임쌤과 상담하면서, 다행히 현역때보다 더 좋은 대학이름이 오고갔고 

특정과로 유명한 지방대(제2캠퍼스?)를 갔다

 

물론 아쉬움이 있었다.

9월 모의고사때 자만하지 않고 끝까지 멘탈유지하며 공부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대학을 갔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재수생활동안 뿌리염색과 유흥을 포기하며 최선을 다해 공부했고

대학교의 그 과는 나와 너무 잘 맞았으며, 현재 내 희망진로를 찾아 뿌듯하게 졸업했다. 

 

재수생활을 다짐하기까지의 신중한 고민이,

재수생활을 임하면서 버텼던 악착같은 끈기가

'재수생활 성공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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